팔란티어 온톨로지에서 착안
필드 AI의 실시간 성능 개선
내년 1분기 시리즈C 준비
“인공지능(AI) 모델에도 수명 주기가 있다. 최신 데이터를 익히지 못하면 성능이 빠르게 저하된다. 이제는 AI솔루션만 납품하는 단계는 지났다. 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실시간 정보를 수집하고 AI가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가공하는 ‘데이터 오퍼레이션’ 시스템을 구축할 차례다. 팔란티어의 온톨로지 플랫폼이 지향하는 방향과 비슷하다.”
홍영석 세이지 공동대표의 구상이다. 세이지는 그동안 △공정결함 검사 △설비오류 감시 △현장안전 점검 등 산업 현장(필드) 업무의 AI 자동화를 이끌었다. 회사가 바라보는 다음 단계는 데이터 운영 체계다. 필드에서 데이터를 수집하는 즉시 AI에 반영한다. AI가 현장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해 발생하는 성능 저하를 해결한다.
홍 대표는 팔란티어의 ‘온톨로지’ 기법에서 영감을 얻었다. 온톨로지는 데이터 속성에 의미를 부여하고 데이터 간 관계 구조를 정의한다. AI가 단번에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팔란티어는 기업의 AI전환(AX)을 추진할 때 온톨로지로 데이터 관리 체계를 우선 구현한다. 세이지 역시 같은 접근법을 택한다. 무분별한 데이터 수집을 지양한다. AI학습과 추론에 알맞는 고품질 데이터를 갖추는데 집중한다. 영양분 풍부한 음식을 공급하겠다는 전략이다.
세이지가 추구하는 사업 방향은?
“세이지는 비전AI로 시작했다. 최근에는 산업AX 기업으로 정체성을 확장하고 있다. 제조뿐 아니라 건설, 항만, 물류 등 다양한 산업 현장을 AI로 지능화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두 개의 접근법을 추구한다. 첫 번째는 현장 자동화를 담당하는 ‘필드 레이어’다. 두 번째는 수집된 데이터를 통해 현장이 잘 돌아가게 운영하는 ‘오퍼레이션 레이어’다. 그동안 ‘세이지 비전’과 같은 소프트웨어 솔루션이 필드 레이어의 자동화에 집중했다. 앞으로는 사람이 매일 수행하는 운영 업무 자체를 AI로 자동화하는 데이터 오퍼레이션 시스템을 구상할 계획이다.”
데이터 오퍼레이션의 구조가 궁금하다.
“데이터 수집, 재구조화, AI펑션, 에이전트 등 네 개의 레이어로 구성된다. 우선 세이지 비전이나 제조실행시스템(MES) 등에서 데이터를 수집한다. 이후 데이터를 AI가 해석하기 쉽게 관계를 설정하고 재구조화하는 과정을 거친다. 여기서 팔란티어와 유사한 ‘온톨로지’ 개념을 적용한다. 그 위에 이상 탐지, 데이터 분석, 보고서 생성 등 특정 임무를 수행하는 AI에이전트를 올리는 구조다. 현재 인쇄회로기판(PCB) 업체와 협력해 데이터 재구조화, Q&A 에이전트 기능을 포함한 최소기능제품(MVP)를 개발하고 있으며 실전 테스트를 앞두고 있다.”
AI 수명을 관리하는 시스템이라고 들었다. 무슨 뜻인가?
“AI모델은 학습 당시의 데이터를 기준으로 성능이 결정된다. 실제 현장에서는 제품의 형상이 바뀌거나, 새로운 재질이 도입되거나, 이전에 없던 새로운 유형의 결함이 발생하는 등 데이터의 특성이 끊임없이 변한다. AI모델은 학습 데이터에 없던 새로운 정보를 판단할 때 정확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라벨링하고 재학습시켜 배포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세이지가 강조하는 오퍼레이션 시스템이다. 세이지는 ML옵스와 같은 모델관리 플랫폼을 제공하면서 기반을 다지고 있다.”
시중에 수많은 비전AI 솔루션이 있다. 세이지 비전만의 차별성을 알고 싶다.
“접근 방식의 차이가 있다. 일반적인 비전AI는 이미지 전체를 균일하게 학습한다. 세이지는 도메인 특성에 맞춘 미세조정(Fine-tuning)을 거친다. 예를 들어 큰 이미지 속에서 아주 작은 결함을 찾아내야 할 때 AI가 결함 의심 부위에만 집중하도록 학습시킨다. 2019년 제품 출시 당시부터 ‘디펙 제너레이션(Defect Generation)’이라는 가상 결함 이미지 생성 기술을 도입했다. 실제 데이터가 부족한 현장에서도 가상의 이미지를 만들어 학습하는데 활용한다. 덕분에 소량의 데이터로 높은 검출력을 달성할 수 있었다.”
현재 주요 공략 시장이 어디인가?
“전체 고객사의 약 95%가 제조업에 집중되어 있다. 매출 기준으로 보면 2차전지가 약 70%, PCB가 20%, 나머지 전자부품과 식품 업계 등이 10%를 차지한다. 세이지 비전이 매출의 80%를 책임지는 핵심 동력이다. 최근에는 ‘세이지 세이프티’와 ‘세이지 빔스’를로 건설, 물류, 항만 등으로 도메인을 확장 중이다. 2차전지 산업은 배터리 안정성에 대한 요구가 엄격해지면서 과거 육안으로만 보던 공정 단계마다 AI 검사기가 도입되고 있다. 현재는 라인당 약 10개의 AI 검사 포인트가 들어갈 정도로 수요가 폭발적이다.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 메이저 셀 업체는 물론 신흥에스이씨, 상아프론테크 같은 협력사까지 폭넓은 고객군을 확보했다.”
세이지 세이프티라는 솔루션에 대해 설명해달라.
“세이지 세이프티는 작업자 쓰러짐, 화재 연기, 중장비 협착, 위험 구역 침입 등 약 10가지 핵심 안전 이벤트 탐지에 특화된 모니터링 솔루션이다. 다만 도입 과정에 있어 고객사들이 이미 설치한 노후 폐쇄형TV(CCTV)와의 호환성이 중요하다. RTSP 프로토콜, H.264 코덱 등 범용 규격만 지원한다면 약 90% 이상 바로 연동 가능하다. 신규 설치가 필요한 경우에는 협력사를 통해 하드웨어 패키지로 지원한다. 24시간 끊김 없이 작동해야 하므로 안정적인 컴퓨팅 환경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 엔비디아 RTX 3060 수준의 범용 PC만으로 충분히 운영 가능하게 호환성을 높였다.”
사우디 아람코와의 실증(PoC) 현황과 전반적인 파트너십 상황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관계자들이 세이지 본사를 방문하는 등 중동 시장의 관심이 높다. 현재 아람코와 세이지 세이프티에 대한 PoC를 진행 중이다. 현지 문화 특성상 의사결정 속도가 다소 느려 일정이 내년 1월로 조금 밀렸다. 내년 중 추가 도입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는 kt클라우드와 AI파운더리 생태계 협약을 맺었다. 현장 엣지 컴퓨터 환경에서 처리된 데이터를 클라우드로 수집해 분석하거나 AI 에이전트로 연동하는 형태의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솔루션을 공동 기획하려고 한다.”
마지막으로 세이지의 로드맵과 자금조달 계획을 알려달라.
“크게 두 가지 축이다. 앞서 언급한 ‘오퍼레이션 시스템’으로 제조 운영 전반을 자율화하는 것이다. 시각언어모델(VLM)을 활용한 사전 예방 진단 시스템도 준비 중이다. 이는 로봇개(예. 보스턴다이내믹스 스팟)나 드론이 현장을 순회하며 찍은 영상을 VLM이 분석한 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항을 파악하는 방식이다. 단순 이벤트 검출을 넘어 공간 전체의 안전 상태를 진단하는 예방 솔루션이 될 것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내년 1분기 중 시리즈 C 펀딩을 시작할 계획이다. 지난 시리즈 B에서 유치한 155억 원 이상의 규모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후 글로벌 시장 진출과 기술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겠다.”
기사 전문:
https://www.thelec.kr/news/articleView.html?idxno=45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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